치매와 파킨슨병은 모두 노년기에 흔히 발병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삶의 질에 심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두 질환의 차이점을 혼동하거나, 초기 증상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치매와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들을 ‘인지기능 저하’, ‘운동장애’, ‘감정 변화’ 세 가지 핵심 주제로 나누어 각각의 특징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노화로 인한 변화인지, 질병의 징후인지 구분하는 것이 조기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에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치매와 파킨슨병 증상- 인지기능 저하
치매는 대표적으로 인지기능의 점진적인 저하를 동반하는 질환입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의 약 60~70%를 차지하며, 기억력 감퇴가 가장 먼저 나타납니다. 인지기능 저하란 단순히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을 넘어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여러 정신적 능력들이 서서히 약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학습능력, 언어능력, 시공간 감각, 판단력, 집중력, 문제해결능력 등이 포함됩니다.
치매의 초기 인지기능 저하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반복된 질문을 하거나, 약속이나 중요한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고, 자주 물건을 잃어버리며, 길을 잘못 들거나 낯익은 장소에서도 방향 감각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어적으로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거나, 말문이 막히는 일이 빈번해지고, 대화 중 맥락을 잃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됩니다.
반면 파킨슨병은 인지기능 저하가 병의 초기보다는 진행기에 주로 나타나며, 전체 환자의 약 30~40%에서 파킨슨병 치매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에서 나타나는 인지 저하는 주의력 결핍, 느린 사고 속도(bradyphrenia), 실행 기능 장애(executive dysfunction) 등이 특징입니다. 이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와는 다소 다르게, 환자가 단기 기억보다는 복잡한 사고나 판단에서 어려움을 겪는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루이소체 치매(DLB)와 같이 파킨슨병과 유사한 병태를 보이는 치매는 파킨슨 증상과 인지기능 저하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며, 환각 증상이나 수면 장애가 동반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환자가 단순히 건망증을 보이는 것인지, 체계적인 인지장애가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 전문적인 신경인지 검사가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인지기능 저하는 치매의 핵심 증상이며, 파킨슨병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비운동성 증상입니다. 조기 진단을 위해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 보호자의 관찰이 매우 중요하며, 증상의 유형과 진행 양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운동장애
운동장애는 파킨슨병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으로, 환자의 90% 이상에서 발견됩니다. 주 증상은 진전(떨림), 강직(근육 경직), 운동 완만(bradykinesia), 자세불안정입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진전인데, 손이나 발의 일측에서 시작되는 ‘휴식기 진전(resting tremor)’이 가장 흔합니다. 움직일 때는 오히려 떨림이 줄어들고, 가만히 있을 때 심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근육의 강직은 몸이 뻣뻣해지고, 관절 움직임이 제한되며, 움직이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운동 완만은 단순히 ‘느린 동작’을 넘어, 일상동작 수행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고, 표현력이 떨어지며, 표정 없는 ‘가면 얼굴(masked face)’이 나타나는 것으로도 관찰됩니다. 걸음걸이에서는 보폭이 좁고, 팔을 흔들지 않으며, 발을 끌 듯이 걷는 ‘파킨슨 걸음’이 나타납니다.
자세불안정은 넘어짐 위험을 증가시키며, 낙상은 고령 환자에서 골절 및 2차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이런 증상은 병이 진행됨에 따라 더욱 두드러지며, 초기에는 한쪽에서만 나타나다가 점차 양측으로 퍼집니다.
치매의 경우에도 일부 운동장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후기에는 보행 장애, 자세 불안정, 경직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일상 동작의 조절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파킨슨병에 비해 비교적 늦게, 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운동장애를 정확히 평가하려면 환자의 움직임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 필수이며, 자가 보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진단 초기에는 ‘손떨림이 노화 탓인가?’라는 의문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의외로 진전보다 운동완만이 더 큰 문제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약물 치료로는 도파민을 보충하는 레보도파(L-DOPA)가 가장 효과적이며, 초기에 사용 시 뚜렷한 증상 완화 효과를 보입니다. 다만 장기 복용 시 이상운동증(dyskinesia)과 같은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운동장애는 파킨슨병 진단의 기준이며, 치매에서도 후기로 갈수록 기능 저하가 동반될 수 있으므로, 움직임의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조기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 변화
치매와 파킨슨병 모두에서 감정 변화는 단순한 기분 문제를 넘어서 질병의 병태와 밀접하게 연결된 증상입니다.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 간병인에게도 큰 영향을 주며, 치료와 관리에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치매 환자는 초기부터 감정 기복이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알츠하이머병에서는 불안, 우울, 초조함, 분노, 심지어 공격적인 행동까지 보일 수 있습니다. 병이 진행되면 망상이나 환각, 의심 같은 정신증적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며, 이는 환자 스스로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큰 스트레스를 줍니다. 감정 변화는 단순한 뇌 기능 저하가 아니라, 뇌 속 특정 영역의 손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생물학적 현상입니다.
파킨슨병에서도 감정 변화는 매우 흔합니다. 파킨슨병 환자의 약 40~50%는 우울증을 경험하며, 이는 운동 증상보다 먼저 나타나기도 합니다. 도파민 부족 외에도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 불균형이 감정조절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무감동(apathy), 불안장애, 감정 둔화 등도 동반되며, 주변에서 “환자가 성격이 달라졌다”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루이소체 치매(DLB)나 파킨슨병 치매(PDD)에서는 환각, 착각, 망상 등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이를 ‘정신행동 증상(BPSD)’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환자의 위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고, 돌봄의 큰 부담이 되므로 조기 발견과 약물치료가 중요합니다.
감정 변화는 진단 시 ‘보조 증상’처럼 여겨지기 쉽지만, 실제로는 환자의 삶의 질을 가장 심각하게 저하시키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약물치료 외에도 심리 상담, 가족 교육, 환경 조정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일부 항우울제나 항정신병약물은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고령 환자에게는 부작용 가능성도 있으므로 신중한 처방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감정 변화는 치매와 파킨슨병 모두에서 중심 증상으로 다루어져야 하며, 정서적 지지와 함께 환자 개개인에 맞는 심리·약물 치료 계획이 중요합니다.
치매와 파킨슨병은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닌,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해야 할 신경퇴행성 질환입니다. 인지기능 저하, 운동장애, 감정 변화는 이 두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지만, 세부 양상과 원인은 서로 다릅니다. 증상을 이해하고 조기에 대응하는 것이 환자의 삶의 질과 예후 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혹시라도 위와 같은 변화가 본인이나 가족에게 나타난다면, 신경과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